보통들 저랑 운동이랑 연관짓기 어려우실 겁니다. 저도 지금 제가 이렇게 된 것이 상당히 신기해요. 좀 정적으로 책을 읽거나 멍떄리거나 하는게 저의 평생 과제였으니까요. 하지만 최근들어 이런저런 계기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새로운 도전에 따라오는 여러 깨달음을 얻게 되어서 간단히 글을 남기고 싶어졌어요. 그냥 이런저런 생각 드는대로 적을테니까 흥미 위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단어 그자체 운동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한 계기는 대학원생이었을적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 대학생 때는 친구들이 축구를 하자거나 해서 이것저것 건들여본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은 다 그때뿐 오래 지속되지 않았지요. 그 이전부터도 소위 아싸 생활을 해오고 입시중심 학교를 다니면서 잘 알지도 못했고 알 기회도 없었지요.
최근 주로하는 운동은 스트레칭이라고 합니다. 저도 작년까지만 해도 그래왔었고 아마 많은 분들께는 "그거 준비운동 같은거 아냐?"라는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저의 경우 심지어 유연성이라는 것은 그저 타고난 것일뿐 늘어날 수 있다라는 것을 깨달은게 20대 중반 이후였어요. 국민체조를 시켜도 그냥 안다치게 해준다라는 말만 듣고 실제로 그것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인지 전혀 몰랐죠. 운동장에서 뛴다해도 말이 뛴다지 사실 골대 근처 모래바닥에 낙서하다가 공이 오면 뛰는척 하는정도였지요. 굳이 운동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지금도 어느정도 자신있는 오래달리기 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굳이 지금 이전에 심각히 운동을 했던적이라면, 살때문에 놀림을 받은 적이 많아서 대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바탕 뛴거 밖에 없네요. 살을 뺀후 영양부족 대학생활을 하면서 다시 살이 크게 찐적은 없어서 운동이라는 것에 관해 다시 잊었죠.
이후에 헬쓰장을 다니는 친구의 권유로 잠시 바벨을 들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전 애시당초에 근육질의 몸매를 추구하지도 않을뿐더러 사람 많은 헬쓰장을 가는 것이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는 구부정하게 앉거니 비뚤게 몸을 꼬면서 연구만 하던 시절이기에 자세도 유연성도 많이 안좋았어요. 보통은 운동을 한다고 하면 최근에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는 무게를 드는 것에만 집중들을 많이했지, 왜 제가 올바른 자세가 나오지 않는지 해결책을 알 수가 없어서 흥미도 점점 떨어졌지요. 그냥 하다보면 된다는 소리일 뿐. 결국 맨몸 스쿼트도 하나 제대로 못한채로 제 헬쓰 생활은 끝이 났습니다. 아마 친구들이 있으니까 간거 같아요. 끝나고 핫도그 먹자고 꼬득일 생각하면서.
졸업하고 한동안 많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당시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매주 듣고 있었기에 한번 다시 PT를 받은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트레이너 분께서 제가 맨몸 스쿼트가 안되는 것을 보시고 마사지 롤러로 안쪽 허벅지를 3분할 해서 벅벅 밀어주신 적이 있어요. 일어나서 스쿼트를 하자 기적같이 되는 것을 보고 도대체 무슨 흑마술이냐고 이게, 내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여쭤봤더니, 유연성이 많이 부족하다고 답해주셨죠. 아마 그 때 처음 유연성이라는게 개선 될 수 있는 것이구나 생각을 한거 같아요. 물론 그 때는 세상이 하찮아 보였던 시절이기에 잠시 신기했을 뿐 PT도 한달 이후 그만뒀어요.
그러다 어찌저찌 중국을 오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김에 다시 운동을 시작을 했죠. 평온한 하루하루를 다시 지낼 수 있게 되면서 조금 의욕이 돌아오기도 했고, 주변에서 운동은 이렇다 저렇다 할 사람도 없다보니 스스로 알아가며 시행착오를 제 페이스로 하는 재미도 생기기 시작했어요. 주로 유튜브에서 운동을 하는 방법을 찾아가면서 조사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항상 쿨다운을 제대로 하라는 말을 많이 듣고 이전 PT의 기억이 나서 스트레칭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엄청 억울하더라고요. 강사는 너무 쉽게 폴더폰처럼 척척 몸을 접는데 저는 다리를 펴고 앉아 있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제 스스로 저런 것이 가능하다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는 오기가 생겨서 책을 사고 자료를 파며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면서 스트레칭의 세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답니다.
아무래도 여기 있으면서 재중 외국인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게 되는데, 이탈리아인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은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는 것이 꽤나 자동이에요. 같이 행사 같은데 놀러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쭈뻣거리고 있는데, "왜 넌 안움직여?"라고 물어보면 답하기 난감하더라고요. 그런점에 도움이 될까, 국제화를 위해서 노력하데 스트레칭이 도움이 될거라는 기대의 일면도 있었던거 같네요.
사실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묶여있으면서 한동안 쉬기는 했어요. 가족들이랑 있으면 활동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성격이기도 하고 일 여건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요.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서 2주 호텔격리를 하며 기억을 되짚어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고 잠시 문서작업과 집청소 때문에 정신 없었던 한 주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매일 열심히 해오고 있답니다. 오늘부로 12일차 스트릭 달성중이네요.
일단 맘에 드는 것이라면, 자세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밖에서도 틈틈히 할 수있고 중장비가 필요 없다는 점인 것 같아요. 하나의 목표를 갖고 그것에 다가가는 하루하루가를 충실한 기분을 만들어 주네요. 제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불확실성이 크고 달성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기에 성취감이라는 것을 잊기가 쉽거든요.
물론 스트레칭만 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른 운동들의 동작범위나 균형 유지, 몸의 구조파악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요 (유연성 없는 근력운동은 상당한 확률의 병원행 티켓이며 근력 없는 유연성은 연금술과 같은 수준의 닭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더 편하게 몸으로 원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 있으며, 올바른 자세로 하루종일을 지내도 무리가 안간다는 것에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답니다. 운동 중에 그나마 제 적성에 맞는 것을 드디어 찾은 것이죠.
그저 운동이라는 것에 대해서 만들어낸 편협한 관념에 빠져있던 과거의 제가 조금 밉습니다. 몸의 근육과 인대들의 연결이 그러하듯 한가지 단어에는 평생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수많은 유기적 연결고리가 있다는 현실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는대로 움직이지 못했죠. 주변에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알면서 제가 납득할 수준만큼 '운동'이라는 단어의 실체를 파보려고 노력하지 못한 저를 살짝 재미삼아 자책합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넓은 눈으로 인생에서 반복되는 단어들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별도로 성격상 '다름'을 만들어서 '걸러내는' 것을 좋아하기에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을 한다는 것이 나름의 자부심도 되고요. 슈워제네거가 절대 제발 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은 확실하기에 스트레칭에 운동을 많이 안배를 하는 편이 조금더 심리적 안정감이 들기도 하고요. 또한 이전보다는 어떤 성별이던 유연성과 관련된 종목들에 접근하기 쉬운 사회적 분위기가 생겼다는 점 또한 느끼기도 합니다. 물론 동네의 발레집에 결국 등록하지는 못했지만요 (학원 안팎에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게 아직은 조금은 두렵긴 합니다).
예전에 밴드 동아리에서 선배가 "너는 음악공부가 아니라 춤을 배워야 한다"라고 했던 충고의 의미가 지금와서 다가옵니다. 같은 동아리에서 후배가 난대없이 "남자는 요런거 안되죠!?" 하면서 발꿈치를 땅에 대고 스쿼트를 했을 때 그 이상의 자세를 취해주며 응답해줄 자신감이 지금은 있습니다. 일단은 같은 죠죠러인 타치바나 교수님께 훌륭한 죠죠서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스트레칭에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으면 이 점을 활용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체의 아름다움이라면 동세에서 나오는 아우라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무술이나 무용 등을 알아보려고 해요. 제 가정으로는 확실히 발레가 궁극의 운동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은 있기에 그 때가서는 위의 두려움을 제 심각한 표정으로 뚫을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코사크 댄스 정도는 조금 춰봐야 재밌는 인생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동안 교육 받아온, 인정받기 위해 맞춰왔던 제 인생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길의 시작의 신호 같은 것일지 기대해봅니다. 물론 짬채우고.
여담삼아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내가 이 점을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점들을 적어봅니다. 생각나는대로 갱신할께요. 유연성이라는게 0였던 사람입장에서 차근히 깨달은 점들이라는 것이라는 것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변화]
- 감각이 예민해지고, 생각이 지향하는대로의 몸의 반응이 빨라진다.
- 표현이나 제스쳐가 다양해진다.
- 의자에 왜 등받이가 필요한지 이제는 모르겠다.
- 걸음걸이가 안정적이다. 카페에서 쟁반위 커피 안흘릴 자신이 생긴다.
- 방에 나무색과 파스텔톤이 늘어났다.
[조언]
- 한 부분만 집중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들어 요즘 유행하고 있는듯한, 혹은 무용수들에게는 필수일, 다리찢기를 한다는 것이 햄스트링만 열심히 스트레칭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근육들은 복합적이고 스트레칭에 들어가는 단계에서 공략 부위 외의 다른 유연성 또한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사이드 스플릿에서 스트레칭에 들어갈 때 척추유연성 부족으로 허리를 피고 꼬리뼈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래 등만 다칠 수 있을 뿐 효율적인 스트레칭이 불가능하고, 척추유연성의 경우 힙플렉서나 어깨가 안풀려 있을 경우 도움이 되는 자세를 취하기 매우 고통스럽답니다.
- 위와 관련하여 단일 부위 스트레칭 부터 복합적인 스트레칭으로 향하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부담이 가는 자세 전후로 풀어주는 자세를 배치하는 것이 후환이 없답니다.
예를 들자면 현재 제가 척추유연성 연습까지 가는 단계는 다음과 같아요:
손가락 -> 손 -> 손목 -> 팔 -> 어깨 -> 리버스 나마스테 자세로 체크 -> 허벅지 / 복근 -> (마일드하게) 차일드 포즈 -> 캣/카우 포즈 -> (와일드한) 척추유연성 운동, 틈틈히 기분따라 풀어주기도 함 -> 마일드한 포즈로 전체적으로 풀어줌
비슷하게 햄스트링 유연성또한 발등/앞쪽 상단 햄스트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유사한 동작을 한다면 스트레칭의 깊이 조절이 쉬운 동작부터 천천히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 한 부위를 공략한다고 해도 여러 운동을 하는게 도움이 되요. 햄스트링만 해도 전방 연장 및 회전을 담당하는 여러 근육들의 다발이거든요. 모든 곳을 풀어주는 것이 더욱 다양한 움직임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보통은 제일 복합적인 평가용 포즈를 하나 끼워주세요. 매일 늘어나는게 보이면서 기분 좋아집니다.
- 항상 복부에 힘을 주려고 하고 스트레칭을 가할 때는 꼬리뼈를 말아올린다는 느낌으로 자세를 취해주세요. 머리를 많이 숙인다고 해서 영상에 나와있는 강사님들같이 보이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외적인 것 보다는 실제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부위에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하세요. 햄스트링에 특히 도움이 된답니다. 앉을 떄는 골반뼈로 앉으세요. 안그러면 그냥 안 앉아집니다. 요약하면, 뼈가 제대로 된 위치에 갈 수 있고 당겨야하는 근육이 당길 수 있도록 자세에 신경을 써주세요.
- 위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코어운동과 균형감각 훈련을 동시에 병행해야합니다. 또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종목을 목표로 하신다면 스트레칭 되는 부위가 요구하는 움직임을 연습하며, 유연성 범위를 넓히는데 주로 도움이 되는 정적 유연성 외에도 동적 유연성 또한 신경써주시는게 좋답니다요.
- 아픔이라는 것을 단순하게 아프다 안아프다로 생각하지 말고 통각이 일어날 때의 몸의 변화에 집중해보세요.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 들기 시작할 때는 언제인가? 그 기분을 소화 혹은 변형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표정관리가 안될 때는 언제인가, 호흡이 흐트러질 때는 언제인가, 척수반사를 피할 수 없는 순간은 언제인가, 스트레칭에서 오는 느낌인가 아니면 몸의 다른 부분이 이건 아니라고 하는 것인가 등등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합니다.
왜냐하면 호흡이 릴랙스에 매우 중요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을 분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프다라는 감각을 소화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천천히 강하게 호흡을 하세요. 꼭 예쁘게 할필요는 없어요. 전 엄청 하아아하아아 거립니다. 특히 코브라자세를 취할 때. 호흡이 통제가 안된다라고 생각되면 후퇴하세요. 그리고 조금 뒤에 다시 진입하세요.
개인적으로 호흡을 시간의 단위로 쓰고 있습니다. 보통 한 세션은 20호흡, 첫 두 호흡에서 기본자세로 들어가고 다섯 호흡 이내로 자세를 교정합니다. 그다음은 호흡마다 불편한 영역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기분이 좋을 댄 30호흡씩 합니다.
업데이트. 10호흡씩 나눠서 2/3세트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세트는 100%까지 들어가는 단계, 나머지는 스트레칭에 어느정도 적응된 몸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단계. 몇몇 자세들은 2-30호흡씩 하기에 좀 피곤한 면이 있더라구요.
- 차분함만이 답은 아니에요. 유연성이 많이 요구되는 요가 관련해서 명상이나 깨달음에 많이 연관지어 이야기 되는데, 명상이나 깨달음이란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하다보면 의식의 전이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버섯먹고 세계의 창조와 대칭성을 깨닫고 그런거 아닙니다) 그 느낌에 충실하려고 하는 것이 제 정신적 전략이며 중독의 기재입니다.
- 손으로 바닥을 짚을 때는 꼭 손을 활짝 펴주시는게 균형 잡는데 도움이 되요.
- 너무 늘어나는 매트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자세가 쉽게 변하기도 하고 미끄러지거나 몸이 편한 방향으로 수축하기도 하거든요. 얇고 단단한게 제 취향입니다.
- 평소에 운동을 자주 안하던 분이 처음하는 스트레칭이라면 폼롤러등으로 근막부터 천천히 풀고 시작하는게 효율적입니다.
- 물을 엄청 많이 드세요. 물중독만 안걸리면 OK.
-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
폼롤러, 요가블럭, 운동밴드, 괜찮은 두께의 넓은 매트, 물, 프로틴 쉐이크, 마사지볼, 40cm 정도의 스툴
-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
사이스 스플릿 스프레딩 바
- 없어도 되지만 있어도 나쁠건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
종아리 스트레칭 스탠드, 포인 스트래칭대
- 갖고 싶은 것들:
문설치 턱걸이봉 (바 대체), 스트레칭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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