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세상이 정치 사회 국제 스포츠 섹션으로만 나뉘어 있는 것 같은 모습이 싫어서
돈문제, 적어도 스트레스 풀이가 아니라면 내 이름을 잊는 사람들이 싫어서
틈만 나면 집착하는 주제에 대해 불쾌한 욕설을 섞는 소리를 듣는 것이 싫어서
상팔하팔 뜻도 모른체 나이 갖고 대접받으려는 사람들이 싫어서
어떤 행동이 누구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모르기에 무적인 사람들이 싫어서
달성한 것들이 약속에는 없는 무관심에 방치된 모습이 싫어서
내게 선택하지 않은 나의 요소에 자긍심을 강요받는 것이 싫어서
그들의 믿음대로 내가 되어야 하는 모습이 입력되는 것이 싫어서
춤추고 싶을 때 춤출 수 없고 소리지르고 싶을 때 소리지를 수 없는 것이 싫어서
과거에 집착말라 말 뒤에 숨어 녹슨 다리를 정당화 하는 눈가리개가 싫어서
내게 있고 남에게 없기에 고통스러워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 싫어서
주관적 인생론 때문에 표정과 몸동작 하나하나 교정 받는 것이 싫어서
왁자지껄한 잔치 속에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것이 싫어서
조용한 밤 말 끝나기 전에 또 다시 말을 뱉는 내 비약적인 사고가 싫어서
그런 내가 존재한다는 것 외에는 줄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 너무 싫어서
아무런 땅도 사지 못한채 출발점 보너스만 받는 모노폴리 실력이 싫어서
웃는 것은 올바르다고 하지만 결국 쓴 웃음 밖에 없는 굳은 얼굴이 싫어서
더 이상 찝찝한 포옹밖에 할 수 없게 된 내 무쇠 팔이 싫어서
행복이고 싶지만 욕망밖에 될 수 없는 닫을 수 없는 입이 싫어서
이런 모습으로 지금 보다 더 길게 끌어야 한다는 내일들은 더욱 더 싫어서
가시를 남기고 벽을 쌓고 아침을 빼앗으며 멍을 늘리고 눈물을 교란하려 해도
그런 글을 쓸 수 없는 내 이유없이 비싼 펜이 싫어.
그 모든 것 실험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실패하는 나날들이 너무 귀중해.
이런 나니까 ??이 되고 싶어, 이번엔 너가 계산기를 두들겨서 무너뜨려줘.
이나저나 어느날 부터였을까,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는데 말야.
응, 요즘은 차를 마시면 눈 앞이 어질거리는 내 위장이 진짜 싫어.
우물안 개구리들의 정신차리라는 울음이 진짜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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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작성 일시 20200930 04:20
1차 수정 20200930 04:35
2차 수정 20200930 04:45 (제목 결정)